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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세주의자 쇼펜하우어의 일생과 철학, 그리고 그의 삶을 보여주는 에피소드

jsoo🩷 2025. 4. 30.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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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펜하우어

고독한 천재, 쇼펜하우어의 삶

아르투어 쇼펜하우어(Arthur Schopenhauer, 1788~1860)는 독일의 대표적 철학자이자, 서양 염세주의 철학의 거장으로 꼽힙니다. 그는 1788년 상업도시 단치히(현재 폴란드 그단스크)에서 부유한 상인의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유럽 각지를 여행하며 다양한 문화를 접했지만,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과 가족의 해체는 그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습니다. 어머니는 유명한 살롱을 운영하며 문학계 인사들과 교류했으나, 쇼펜하우어는 어머니와의 관계가 원만하지 못해 평생 외로움을 안고 살았습니다.

청년 시절, 그는 상인의 길을 거부하고 철학에 몰두했습니다. 괴팅겐 대학에서 의학을 공부하다가 칸트 철학에 매료되어 철학으로 전향합니다. 1813년, 25세의 나이에 박사학위 논문 『충족이유율의 네 겹의 뿌리에 관하여』를 완성했고, 1818년에는 평생의 역작인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를 출간합니다. 하지만 그의 철학은 당대의 주류 학계(특히 헤겔)에 밀려 오랫동안 외면받았습니다. 그는 대학 강의에서 헤겔과 시간표를 맞대결로 배치했다가 학생이 거의 오지 않는 굴욕을 겪었고, 이후 학계와 거리를 두고 독자적인 연구와 저술에 몰두했습니다.

말년에는 『여록과 보유』(1851)라는 대중적인 에세이집이 인기를 끌면서 비로소 명성을 얻기 시작했고, 유럽 전역에 추종자들이 생겼습니다. 그러나 그는 끝까지 아웃사이더로 남았고, 프랑크푸르트에서 강아지와 함께 조용히 생을 마감했습니다.

철학의 핵심: 의지, 고통, 그리고 염세주의

쇼펜하우어의 철학은 칸트의 ‘물 자체(Ding an sich)’ 개념을 비판적으로 계승하면서, 세계의 본질을 ‘의지(Wille)’로 규정한 데서 출발합니다.
그는 우리가 경험하는 세계(현상계)는 표상(Vorstellung), 즉 우리의 인식 방식에 따라 구성된 것에 불과하며, 그 이면에 있는 실재, 즉 ‘물 자체’는 우리가 직접 알 수 없다고 봤습니다. 그러나 쇼펜하우어는 칸트와 달리, 현상계의 모든 사물이 욕망과 충동에 따라 움직인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그는 “현상계의 모든 사물이 욕망의 존재”임을 실마리로 삼아, 물 자체를 ‘우주적 의지’로 해석합니다.

이 의지는 맹목적이고 비합리적이며, 인간과 동물, 식물, 심지어 무생물에까지 관통하는 근원적 힘입니다. 인간은 이성적 존재라기보다는, 욕망과 충동에 끊임없이 지배받는 존재입니다. 이성은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한 도구에 불과하며, 인간은 본질적으로 “무수한 욕망의 덩어리”라는 것이 그의 결론입니다.

이러한 의지의 지배는 인간의 삶을 근본적으로 고통스럽게 만듭니다. 욕망이 충족되지 않으면 고통받고, 잠시 충족되어도 곧 새로운 욕망이 생겨나 또 다른 결핍과 고통이 반복됩니다. 쾌락은 고통의 일시적 중단일 뿐, 삶 전체는 끝없는 결핍과 불만족의 연속이라는 것이 쇼펜하우어의 염세주의 철학입니다.

고통에서 벗어나는 길: 금욕과 예술, 그리고 연민

쇼펜하우어는 “행복은 꿈일 뿐이지만, 고통은 현실”이라고 단언합니다. 그렇다면 인간은 어떻게 이 고통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그는 동양의 베단타, 불교 사상에서 영감을 받아, 욕망을 극복하는 금욕적 삶, 예술적 관조, 그리고 연민(동정심)을 구원의 길로 제시했습니다. 예술은 의지로부터 잠시 벗어나 순수한 관조의 상태를 경험하게 해주고, 금욕은 욕망의 고리를 끊어 고통에서 해방될 수 있게 해줍니다.
특히 연민은 타인의 고통을 자신의 것으로 느끼는 능력으로, 인간이 이기적 욕망을 넘어설 수 있는 유일한 도덕적 감정이라고 보았습니다.

쇼펜하우어를 보여주는 에피소드

쇼펜하우어의 삶에는 그의 철학적 신념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일화들이 많습니다.
대표적인 에피소드 중 하나는, 그가 베를린 대학에서 헤겔과 강의 시간을 일부러 겹치게 잡았던 사건입니다. 당대 최고의 인기 교수였던 헤겔에 맞서 자신의 철학이 더 옳다고 믿었지만, 현실은 냉혹했습니다. 쇼펜하우어의 강의에는 학생이 거의 오지 않아, 그는 “진리는 결국 소수의 몫”이라는 냉소적 신념을 더 굳히게 됩니다.

또 다른 일화로, 그는 평생 독신으로 살며 강아지 ‘아트마’와만 동행했습니다. “인간은 외로움을 견디는 능력으로 우월성이 결정된다”고 말하며, 인간관계에 회의적이었던 그의 태도를 보여줍니다.
그는 “내가 가진 것에 감사하고, 더 욕심을 내지 않는 것이 행복에 다가가는 길”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그는 “열 개의 쾌락보다 한 개의 불행이 더 크게 다가온다”는 말을 남기며, 인간이 욕망을 줄이고 현재에 만족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마무리: 현실을 직시한 철학자의 유산

쇼펜하우어는 염세주의자, 허무주의자, 아웃사이더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사실은 누구보다 인생과 인간을 사랑하고, 치열하게 삶의 본질을 탐구한 철학자였습니다.
그의 철학은 오늘날에도 “행복은 고통을 줄이는 것”이라는 현실적 통찰, 인간의 본질에 대한 깊은 성찰, 그리고 욕망을 넘어선 삶의 가능성에 대한 영감을 줍니다.
쇼펜하우어의 삶과 사상은, 우리가 세상과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고, 고통 속에서도 의미를 찾을 수 있도록 안내하는 지침이 되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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