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와타야 리사의 『가와이소다네?』(かわいそうだね?)는 2014년 2월 일본 문예춘추에서 출간된 중편 소설집으로, 표제작 「가와이소다네?」와 「아미짱은 미인(亜美ちゃんは美人)」 두 편이 실려 있습니다. 이 작품은 데뷔 10년을 맞은 와타야 리사가 현대 여성의 심리와 인간관계의 복잡함, 그리고 ‘불행’과 ‘동정’이라는 감정의 본질을 날카로운 시선과 유머, 블랙의 감수성으로 풀어낸 작품입니다.
작품 개요와 줄거리
표제작 「 가와이소다네? 」
주인공 주리에(樹理恵)는 28세의 어느 백화점 직원으로, 무뚝뚝하지만 듬직한 동갑내기 남자친구 료다이(隆大)와 안정적인 연애를 하고 있습니다. 일도 연애도 순조롭던 어느 날, 료다이가 실직한 전 여자친구 아키요(アキヨ)를 집에 들이겠다고 선언하면서 주리에는 큰 혼란에 빠집니다.
갑작스러운 동거 제안에 주리에는 “비상사태가 오면 료다이는 나와 아키요 중 과연 누구를 구할까?”라는 상상을 하며 불안과 질투, 동정심이라는 복잡한 감정에 휘말려버립니다.
아키요는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인물로, 주리에와는 정반대의 성격을 가졌습니다. 주리에는 아키요를 미워하면서도, 그녀의 약함과 불안정함에 ‘불쌍하다’는 감정을 느끼고, 그와 동시에 자신이 동정의 대상이 되는 것에 대한 불안도 품게 됩니다.
이 작품은 “현대인이 무언가를 ‘불쌍하다’고 느끼는 순간, 그 감정의 이면에는 무엇이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와타야 리사는 인터뷰에서 “주인공이 재난 상황에서 남자친구가 누구를 구할지 상상하는 장면에서 출발했다”고 밝혔으며, 실제로 이 소설은 동정심, 질투, 자기연민에 더해 관계의 권력 등 복합적인 감정의 결을 세밀하게 포착합니다. 아키요라는 캐릭터에 대해 작가는 “실제 모델은 없지만, 머릿속에서 생생하게 떠올랐다. 주리에는 일에 몰두하고 사람에게 쉽게 기대지 못하는 스타일이며, 아키요는 그 반대”라고 설명합니다. 또한, 료다이는 미국에서 자란 강인한 체격의 남성으로, 겉보기에는 믿음직하지만, 실제로는 자신의 정의를 고집하면서 공허하기만 한 행동을 반복하는 인물로 그려집니다.
두 번째 작품 「 아미짱은 미인 」
이 작품은 고등학교 입학식에서 만난 두 여성, 사카키와 아미의 관계를 축으로, 여성들 사이의 미묘한 우정과 질투, 사회적 ‘아름다움’이라는 기준에 대한 집착을 묘사합니다.
아미는 누구나 인정하는 미인이고, 사카키는 늘 ‘더 아름다운 친구’를 바라보며 복잡한 감정을 느낍니다. 대학, 사회인이 되어도 두 사람의 관계는 계속되며, 아미가 “처음으로 진심으로 사랑한 사람”을 데려오면서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게 됩니다.
이 소설은 “계급이 사라진 현대 사회에서, 외모가 새로운 계급을 만든다”는 문제의식을 유머러스하지만 날카롭게 그려냅니다. 작가는 “여성들 사이의 우정은 단순하지 않다. 질투와 동경, 연대와 소외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고 밝히며, 이름의 호칭 방식이나 관계의 미묘한 변화 등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써서 집필했다고 설명합니다.
작품의 특징과 의의
『가와이소다네?』는 와타야 리사의 관찰력과 현실감각, 그리고 위트가 돋보이는 소설입니다.
- 동정과 질투, 자기연민 등 현대인의 복합적 감정을 섬세하게 포착
- 여성의 우정, 사랑, 사회적 기준 등 동시대적 이슈를 날카롭게 해부
- 유머와 블랙함, 현실적인 디테일이 어우러진 문체
- 등장인물의 이름, 호칭, 관계의 미묘함까지 치밀한 설계
작품은 특히, ‘불쌍하다’는 감정이 타인과의 관계에서 어떻게 권력이나 자기보호, 질투, 연민 등으로 변주되는지, 그리고 그 감정이 현대 사회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심도 있게 탐구합니다.
일본 내 평가와 오에 겐자부로상 수상
작품은 일본 서점과 평론가들 사이에서 “지금 이 시대의 새로운 발견으로 가득하다”, “여성 심리와 사회의 구조를 날카롭게 해부한 수작”이라는 호평을 얻었습니다.
또한 이 작품은 오에 겐자부로상의 심사평에서 “젊은 세대를 위해 쓴 작품이지만, 나 같은 노년의 독자도 깊이 빠져들 수 있을 만큼 세대를 초월한 설득력을 지녔다”고 평가받았습니다. 특히 주인공 주리에가 단순한 동정심(同情)을 넘어, 보다 깊은 ‘자애(慈愛)’의 감정에 도달하는 과정을 높이 샀습니다. 오에는 “작가가 자기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자애’라는 단어를 반드시 써야만 했던 필연성이 작품에 깃들어 있다”고 언급하며, 이 소설이 단순한 감정 묘사에 그치지 않고 인간 본연의 따뜻함과 연민, 그리고 관계의 본질을 깊이 있게 탐구해 수상을 결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즉, 『가와이소다네?』는 젊은 여성의 시선으로 동시대의 불안과 소외, 그리고 타인에 대한 복합적인 감정을 섬세하게 그려내면서도, 인간에 대한 근원적 신뢰와 따스함을 잃지 않은 점에서 새로운 시점을 제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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