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신작 『작별하지 않는다』 : '소년이 온다' 및 전작들과의 차별점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는 전작들과 비교할 때 여러 면에서 독특한 문학적 성취를 보여줍니다. 가장 두드러진 차별점은 역사적 비극을 다루는 방식, 서사 구조, 그리고 애도와 증언의 결합에 있습니다.

1. 역사적 비극의 개인화와 후일담 서사

한강은 『소년이 온다』에서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다룬 바 있는데, 『작별하지 않는다』는 제주 4·3 사건을 배경으로 삼아 또 한 번 한국 현대사의 집단적 폭력과 상처를 소설화합니다. 하지만 두 작품의 접근법에는 미묘한 차이가 있습니다.
『소년이 온다』가 참혹한 학살의 현장을 다양한 인물의 시점에서 증언하고, 그 고통의 집단적 기억을 재현하는 데 집중했다면, 『작별하지 않는다』는 역사적 폭력이 한 개인과 가족, 그리고 남겨진 자들의 삶에 어떻게 새겨지는지를 더 깊이 파고듭니다.
특히 이 작품은 “작별하지 않는다”는 제목처럼, 단순히 과거와의 이별이나 망각이 아니라, 기억하고 애도함으로써 비극을 삶의 일부로 끌어안으려는 태도를 전면에 내세웁니다.

2. 작가 자신을 닮은 1인칭 화자와 메타적 성찰

『작별하지 않는다』의 주인공 경하는 소설가로, 작가 한강 자신을 연상시키는 1인칭 화자입니다. 이 점은 전작들과의 중요한 차이입니다.
경하는 친구 인선의 부탁으로 제주에 가고, 인선 가족이 겪은 4·3의 상흔과 마주합니다. 이 과정에서 경하는 단순한 관찰자가 아니라, 역사를 증언하고 애도하는 당사자로 점점 변모합니다.
이 소설은 작가가 직접 “역사와 개인, 예술과 증언의 관계”를 고민하는 메타텍스트적 특성을 지닙니다.
즉, 작가 자신이 “어떻게 고통을 기록하고, 애도하며, 문학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소설 속 화자의 여정에 투영합니다.

3. 침묵과 여백, 이미지 중심의 서정적 문체

한강의 문학에서 시적이고 감각적인 문체, 여백과 침묵의 미학은 이미 잘 알려져 있지만, 『작별하지 않는다』에서는 그 밀도가 더욱 높아집니다.
이 소설은 자연, 새, 눈, 바다, 나무, 불꽃 등 강렬한 이미지와 상징을 통해,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상실과 고통, 그리고 사랑을 전달합니다.
특히 인물들의 대화 속 침묵, 직접 설명하지 않는 여백의 서술, 그리고 인선의 그림 등 예술적 매개체를 통한 기억의 환기 등은 비극적 역사와 개인의 내면을 연결하는 독특한 미학을 완성합니다.

4. 증언문학과 애도의 예술적 결합

『작별하지 않는다』는 단순한 역사소설이나 고발문학이 아니라, 증언과 애도의 예술적 결합이라는 새로운 지평을 보여줍니다.
인선의 어머니가 오빠의 행방을 평생 찾는 모습, 경하가 새를 구하러 나서는 장면 등은 모두 사랑과 애도의 구체적 행동으로 그려집니다.
이 소설은 “역사를 잊지 않고, 애도하는 것이야말로 인간다운 삶의 조건”임을 강조하며, 개인적 상실과 집단적 비극이 어떻게 예술과 기억을 통해 승화되는지를 보여줍니다.

5. 역사와 개인, 예술의 삼중적 결합

『작별하지 않는다』는 제주 4·3이라는 역사적 비극을 단순히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개인적 상실의 서사, 예술(그림과 문학)의 증언 기능, 그리고 집단적 기억의 윤리를 한데 엮어냅니다.
이러한 삼중적 결합은 한강의 전작들과 구별되는, 이 소설만의 독특한 성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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