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윌리엄스의 장편소설 『스토너(Stoner)』는 1965년 출간 당시에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21세기 들어 “조용한 걸작”으로 재조명되며 전 세계 독자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미주리 대학교의 평범한 영문학 교수 윌리엄 스토너의 일생을 따라가며, 한 인간의 소박한 삶, 실패와 고독, 사랑과 인내가 어떻게 존엄으로 승화되는지를 섬세하게 그려냅니다.
줄거리
윌리엄 스토너는 미주리주 중부의 작은 농가에서 태어납니다.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부모의 바람대로 농학을 공부하기 위해 미주리 대학교에 입학하지만, 우연히 듣게 된 영문학 강의에서 삶의 전환점을 맞이합니다. 셰익스피어의 소네트 한 줄이 그의 영혼을 뒤흔들고, 그는 문학의 세계에 빠져들어 결국 전공을 영문학으로 바꿉니다. 가족의 기대와 현실적 어려움, 내면의 갈등을 겪으면서도 스토너는 문학에 대한 열정과 진정성을 지키며 대학원 과정을 마치고, 같은 학교의 강사로 첫발을 내딛습니다.
1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시기, 스토너는 전쟁에 참전하지 않고 학문에 몰두합니다. 그는 대학에서 조용히 강의하고 연구하며, 학자로서의 길을 걷지만, 세상이나 동료, 가족으로부터 특별한 인정이나 성공을 얻지 못합니다.
스토너는 대학 리셉션에서 만난 이디스와 결혼하지만, 이 결혼은 시작부터 불행을 예고합니다. 이디스는 내성적이고 불안정한 인물로, 결혼 생활에 만족하지 못하고, 딸 그레이스가 태어난 후에도 모성애를 제대로 느끼지 못합니다. 스토너는 딸을 돌보며 부성애를 키우지만, 이디스는 점점 그레이스를 자신의 통제 아래 두고, 부녀의 관계를 소원하게 만듭니다.
대학에서도 스토너의 삶은 순탄치 않습니다. 학장 클레어몬트, 동료 교수 로맥스, 학생 워커와의 갈등은 그를 점점 고립시킵니다. 특히 워커의 논문 심사 문제로 로맥스와 대립하게 되고, 이 일로 스토너는 30년 가까이 부당한 처우를 받으며, 강사로서의 위치만을 간신히 지키게 됩니다.
스토너의 인생에 유일한 빛이 찾아온 것은 제자이자 젊은 강사인 캐서린 드레이크와의 만남입니다. 둘은 논문 작업을 계기로 사랑에 빠지고, 짧지만 진실한 행복을 누립니다. 그러나 이 관계는 대학 내 소문과 압력으로 인해 끝나고, 캐서린은 학교를 떠나게 됩니다. 스토너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지만, 그 사랑은 그의 내면에 오래도록 남아 삶을 견디는 힘이 됩니다.
딸 그레이스는 어머니의 통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원치 않는 임신과 결혼을 선택하고, 남편은 전쟁에서 전사합니다. 그레이스는 알코올에 의지하며 무기력한 삶을 이어갑니다. 스토너는 가족과도, 직장에서도 점점 외톨이가 되어가고, 결국 암에 걸려 생을 마감하게 됩니다. 죽음의 순간, 그는 자신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출간한 책을 곁에 두고, 조용히 삶을 마무리합니다.
주요 등장인물
- 윌리엄 스토너
주인공.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영문학에 매료되어 대학 교수가 된다. 평생 학문과 진실성, 인내를 지키며 살아가지만, 가정과 직장에서의 고립, 사랑과 상실, 소소한 행복과 깊은 고독을 겪는다. - 이디스
스토너의 아내. 내성적이고 불안정한 성격으로, 결혼과 육아에서 만족을 느끼지 못한다. 남편과 딸 그레이스를 소외시키며, 자신의 고독과 불안을 통제와 집착으로 표출한다. - 그레이스
스토너의 딸. 아버지와 가까웠으나, 어머니의 강압과 집착으로 점점 멀어진다. 어머니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결혼과 임신을 선택하지만, 남편의 전사와 알코올 중독으로 힘든 삶을 살아간다. - 캐서린 드레이크
스토너의 제자이자 연인. 논문 작업을 계기로 스토너와 사랑에 빠지지만, 대학 내 소문과 압력으로 학교를 떠난다. 스토너에게 진정한 사랑과 위로를 주는 인물이다. - 고든 핀치
스토너의 친구이자 동료 교수. 학과장 대리를 오래 맡으며 스토너를 도와주지만,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다. - 홀리스 로맥스
동료 교수. 장애를 가졌지만 열정적이고 똑똑하다. 학생 워커의 논문 심사 문제로 스토너와 대립하며, 20년 넘게 냉담한 관계를 유지한다. - 찰스 워커
대학원생. 논문 준비 부족으로 스토너에게 낙제점을 받고, 로맥스의 편을 얻어 억지로 졸업하게 된다. 이 사건은 스토너의 대학 내 입지에 큰 영향을 준다.
작품의 의의
『스토너』는 특별한 성공이나 드라마틱한 사건 없이, 한 남자의 평범한 삶을 조용히 따라갑니다. 그러나 그 일상 속에서 인간의 존엄, 사랑, 상실, 인내, 그리고 삶의 의미를 깊이 있게 탐구합니다.
존 윌리엄스는 섬세한 문장과 절제된 감정으로, 스토너의 내면과 갈등을 생생하게 그려내며, 독자들에게 “평범한 삶이야말로 가장 숭고한 삶”임을 일깨워줍니다.
이 소설은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작고 소소한 순간들, 실패와 고독, 그리고 그 속에서 피어나는 인간의 아름다움을 다시 바라보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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