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바티스트 앙드레아(Jean-Baptiste Andrea)의 장편소설 『그녀를 지키다(원제: Veiller sur elle, 영제: Watching Over Her)』는 2023년 프랑스에서 출간되어 곧바로 프랑스 최고 문학상인 공쿠르상(Prix Goncourt)을 수상하며, 70만 부 이상 판매된 동시대 유럽 문학의 대표작으로 자리매김했다. 이 소설은 20세기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가난한 조각가 미모 비탈리아니(Michelangelo “Mimo” Vitaliani)와 귀족 가문 출신의 비올라 오르시니(Viola Orsini)라는 두 인물의 삶과 사랑, 예술과 자유, 그리고 시대의 격변을 장대한 서사로 그려낸다.
1. 등장 배경과 시대적 맥락
『그녀를 지키다』는 20세기 초~중반 이탈리아, 즉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파시즘의 대두, 사회적 격변기라는 역사적 맥락 위에 펼쳐진다. 소설은 미모와 비올라라는 두 주인공의 성장과 만남, 그리고 이탈리아 사회의 변화와 긴밀하게 얽혀 있다. 미모는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조각가로서의 천재적 재능을 발견하지만, 사회적 신분과 경제적 한계에 부딪힌다. 반면 비올라는 여성의 교육과 자유가 제한된 귀족 사회에서 자라며, 가족의 기대와 시대의 관습에 저항한다.
이 소설은 예술과 자유, 여성의 해방, 계급과 권력, 그리고 개인의 운명이라는 주제를, 이탈리아의 역사적 현실과 긴밀하게 결합해 풀어낸다. 특히 파시즘의 부상과 몰락, 교회와 귀족, 예술과 권력의 복잡한 관계가 인물들의 운명과 예술적 선택에 깊은 영향을 미친다.
2. 줄거리와 주요 인물
미모 비탈리아니: 예술가의 운명과 자유
미모는 어린 시절부터 조각에 대한 열정과 재능을 보이지만, 가난과 사회적 편견에 시달린다. 그는 삼촌 알베르토의 밑에서 조각을 배우지만, 삼촌의 알코올 중독과 질투, 그리고 자신의 재능이 이용당하는 현실에 좌절한다. 미모는 플로렌스에서 대리석을 다듬는 하급 노동자로 전락하지만, 결국 자신의 재능을 인정받으며 교회와 바티칸의 의뢰를 받는 조각가로 성장한다.
비올라 오르시니: 자유와 해방을 꿈꾸는 여성
비올라는 오르시니 가문의 딸로, 여성의 교육과 자유가 제한된 시대에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려 한다. 그녀는 아버지의 도서관에서 몰래 책을 읽고, 미모에게 책을 건네주며 그를 지적으로 성장시킨다. 비올라는 비행사가 되기를 꿈꾸고, 사회적 관습과 가족의 기대에 맞서 자신만의 삶을 추구한다. 그녀의 독립성과 저항은 당시 여성의 지위와 한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두 사람의 만남과 사랑
미모와 비올라는 우연한 만남을 계기로 서로에게 강렬하게 이끌린다. 두 사람은 계급과 신분, 시대의 벽을 넘어 서로를 이해하고, 각자의 자유와 예술, 사랑을 위해 투쟁한다. 그러나 오르시니 가문 내부의 비극, 사회적 격변, 파시즘의 부상 등 외부적 요인으로 인해 두 사람은 수차례 이별과 재회를 반복한다. 미모의 예술적 성공과 비올라의 독립적 삶은 서로에게 깊은 영향을 미치지만, 결국 사랑과 자유, 예술과 현실의 갈등 속에서 비극적 결말을 맞는다.
3. 예술, 자유, 사랑: 소설의 주제와 미학
예술가의 창조와 고독
『그녀를 지키다』는 예술가의 내면과 창조의 고통, 사회적 인정과 예술적 자유의 긴장, 그리고 작품과 창작자 사이의 복잡한 관계를 깊이 있게 탐구한다. 미모는 자신의 재능과 열정, 그리고 시대적 한계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한다. 그의 대표작인 피에타(Pietà)는 미켈란젤로의 명작을 오마주하면서도, 자신의 삶과 사랑, 비올라에 대한 집착과 헌신을 예술로 승화시킨 결과물이다.
여성의 해방과 사회적 억압
비올라는 귀족 가문의 딸이라는 특권적 신분에도 불구하고, 여성으로서 겪는 억압과 차별, 그리고 자아실현의 갈망을 상징한다. 그녀는 시대의 통념과 가족의 기대에 맞서,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선택하고자 한다. 비올라의 독립성과 저항은 20세기 초~중반 유럽 여성 해방 운동의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사랑, 운명, 그리고 시대의 격변
미모와 비올라의 사랑은 계급, 신분, 시대적 한계 등 수많은 장애물을 넘어서지만, 결국 현실의 벽에 부딪힌다. 소설은 사랑의 숭고함과 고통, 예술과 자유의 본질, 그리고 인간 존재의 조건을 깊이 성찰한다. 두 인물의 이야기는 “사랑이란 무엇인가, 예술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던진다.
4. 문학적 성취와 비평적 평가
『그녀를 지키다』는 프랑스 문학계에서 “현대 유럽 소설의 승리”로 평가받았다. 앙드레아의 대담하고 감각적인 문체, 미모와 비올라라는 입체적 인물, 예술·역사·철학·여성 해방 등 다양한 주제를 아우르는 서사적 깊이, 그리고 마지막까지 독자를 몰입시키는 극적 전개가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일부 비평가들은 공쿠르상 수상작으로서의 문학적 위상에 이견을 제시하기도 했으나, 대다수는 이 작품이 “예술과 자유, 사랑과 고통, 인간의 조건을 탐구한 현대 유럽 문학의 걸작”임을 인정한다.
또한 이 소설은 2023년 프나크 소설상(Prix du roman Fnac), 엘르 독자대상(Grand Prix des Lectrices de Elle) 등 다수의 문학상을 휩쓸었으며, 34개 언어로 번역되어 국제적으로도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5. 『그녀를 지키다』의 의미와 영향
장바티스트 앙드레아의 『그녀를 지키다』는 예술과 자유, 사랑과 고통, 그리고 인간의 운명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은 대작이다. 미모와 비올라라는 두 인물의 삶과 사랑, 예술적 열정과 시대적 한계, 그리고 자유에 대한 갈망은 20세기 유럽의 역사와 오늘날 독자 모두에게 강렬한 울림을 준다. 이 작품은 예술가의 고독과 창조, 여성의 해방과 사회적 억압, 사랑과 운명이라는 보편적 주제를, 탁월한 문학적 완성도와 감동적인 서사로 풀어냈다.
『그녀를 지키다』는 동시대 프랑스 문학의 정수이자, 예술과 인간의 본질을 탐구하는 현대 유럽 소설의 새로운 이정표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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