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왜 지금 『면도날』인가?
20~30대는 누구나 ‘나는 왜 사는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 앞에 선다. 사회에 첫발을 내딛고, 관계와 성공, 불안과 방황을 경험하는 이 시기에, 서머싯 몸의 『면도날』은 진지한 자기 탐색의 동반자가 되어준다. 이 소설은 단순한 성장소설이 아니다. 1차 세계대전 이후 혼란스러운 시대를 배경으로, 한 청년의 구도(求道) 여정을 통해 삶의 본질적 의미를 집요하게 묻는다.
2. 작가와 작품의 배경
서머싯 몸(William Somerset Maugham, 1874~1965)은 영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다. 그는 의사 출신으로, 1차 세계대전 군의관, 첩보원, 전 세계를 여행한 경험을 바탕으로 인간 본성과 삶의 아이러니를 날카롭게 포착하는 작품을 남겼다. 『면도날』(1944)은 『인간의 굴레에서』, 『달과 6펜스』와 함께 그의 3대 대표 장편으로 꼽힌다.
3. 줄거리: 구원의 길, 면도날 위를 걷다
주인공 래리 대럴은 전쟁에서 친구의 죽음을 목격한 뒤, 기존의 삶에 회의를 느낀다. 약혼녀 이사벨, 친구 그레이, 사교계의 인물 엘리엇 등 주변 인물들은 모두 안정, 부, 성공을 좇지만, 래리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진리를 찾아 떠난다. 그는 파리, 인도, 각지를 여행하며 노동, 명상, 독서, 수행에 몰두한다. 래리의 여정은 신과 인간, 선과 악, 삶과 죽음, 구원에 대한 근원적 물음으로 이어진다.
이야기는 서머싯 몸 자신이 관찰자이자 화자로 등장해, 래리와 주변 인물들의 삶을 객관적으로 기록하는 형식으로 전개된다. 이 독특한 서술 방식은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허물며, 독자에게 인물들의 선택과 가치관을 직접 판단할 여지를 남긴다.
4. '면도날'의 의미
제목 ‘면도날’은 힌두교 경전 <카타 우파니샤드>의 구절에서 따왔다.
“면도날의 날카로운 칼날을 넘어서기는 어렵나니. 그러므로 현자가 이르노니, 구원으로 가는 길 역시 어려우니라.”
즉, 진리와 구원의 길은 면도날처럼 예리하고 험난하다는 뜻이다. 래리의 여정은 바로 이 ‘면도날 위를 걷는’ 고통스럽고 외로운 자기 탐색의 길이다.
5. 주요 인물과 그들의 삶
- 래리 대럴: 전쟁의 충격으로 세속적 성공을 거부하고, 진리와 구원을 찾아 떠나는 이상주의자. 20~30대 독자라면, 래리의 방황과 집요한 자기 탐색에서 깊은 공감을 얻을 수 있다.
- 이사벨: 래리의 약혼녀로, 사랑과 현실적 안정을 두고 갈등하다 결국 안락한 삶을 택한다. 래리와 대비되는 현실주의자의 전형.
- 그레이: 래리의 친구이자 이사벨의 남편. 대공황으로 몰락하지만 가족을 위해 헌신한다.
- 엘리엇: 사교계의 중심 인물로, 화려한 삶을 살지만 내면의 공허와 죽음 앞에서 무력함을 드러낸다.
- 소피: 비극적 삶을 사는 래리의 옛 친구. 그녀의 이야기는 인간의 나약함과 구원의 한계를 상징한다.
이처럼 각 인물은 서로 다른 가치와 선택을 보여주며, 인생의 다양한 길을 입체적으로 그려낸다.
6. 주제: 삶의 의미, 구원, 그리고 자기 길
『면도날』은 “왜 사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정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대신,
- 세속적 성공(부, 명예, 안정)
- 정신적 구원(진리, 영성, 자아실현)
- 타인과의 관계(사랑, 우정, 배려)
이 세 가지 가치가 어떻게 충돌하고, 각자가 어떤 대가와 성취를 얻는지를 보여준다. 래리의 구도는 동양적 사상(힌두교, 불교)과도 연결되어, 서구적 성공관과 대비된다.
특히 20~30대에게 이 소설은 “남들이 정해준 길이 아닌, 자기만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용기”를 일깨운다. 래리의 방황과 선택은, 사회적 성공이 전부가 아니라는 메시지를 강하게 던진다.
7. 문체와 읽는 재미
서머싯 몸의 문체는 군더더기 없이 명확하고, 유머와 통찰이 살아 있다. 소설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도 쉽게 읽을 수 있으며, 인물의 심리와 시대의 분위기를 생생하게 그려낸다. 작가가 직접 등장해 인물들의 삶을 관찰하는 방식은,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현실감을 준다.
8. 『면도날』이 2,30대에게 주는 의미
- 자기 삶의 선택에 대한 용기: 남들과 다른 길을 걷는 것이 두렵고 외로울지라도, 자기만의 답을 찾아야 한다는 메시지.
- 타인에 대한 관용과 이해: 각자의 선택과 가치관을 존중하는 태도. 몸은 인물을 평가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그려낸다.
- 방황과 성장의 필연성: 래리처럼 방황하는 시기가 오히려 인생의 깊이를 만들어준다는 위로.
- 정신적 성장과 구원의 가능성: 물질적 성공이 아닌, 내면의 평화와 자아실현이 진정한 행복임을 일깨운다.
9. 결론: 내 인생의 면도날을 건너는 법
『면도날』은 자기 삶의 방향을 고민하는 20~30대에게 “내가 진짜 원하는 삶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남들과 다른 길, 때로는 외롭고 고통스럽지만, 그 길 끝에서만 만날 수 있는 자기만의 구원이 있음을 이 소설은 조용히, 그러나 강렬하게 말한다. “면도날의 날카로운 칼날을 넘어서기는 어렵나니. 그러므로 현자가 이르노니, 구원으로 가는 길 역시 어려우니라.”
이 구절처럼, 당신이 지금 고민과 방황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 『면도날』은 그 여정에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줄 것이다.
지금, 당신만의 면도날 위를 걸어갈 준비가 되었는가? 당신의 삶을 묻는 이 소설을 꼭 한 번 읽어보길 권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3YEJtrZv-s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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