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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둘라자크 구르나(Abdulrazak Gurnah, 1948~ )는 2021년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세계적 주목을 받은 탄자니아 출신 영국 작가이자, 식민주의와 난민, 망명, 정체성, 디아스포라의 문제를 깊이 있게 탐구해온 현대 영미문학의 거장입니다. 그의 작품은 동아프리카와 유럽, 이슬람과 기독교, 아랍과 아프리카, 식민과 탈식민, 중심과 주변, 개인과 집단의 경계에서 발생하는 상처와 변화, 인간의 존엄을 탁월하게 포착합니다.

1. 생애와 망명의 경험
압둘라자크 구르나는 1948년 인도양의 작은 군도 잔지바르(현재 탄자니아령)에서 예멘계 무슬림 가정에서 태어났습니다. 당시 잔지바르는 오만 술탄국의 지배와 영국 보호령을 거친 다문화·다인종 사회였으나, 1964년 혁명으로 아랍계 주민에 대한 박해와 정치적 혼란이 발생합니다. 구르나는 18세에 가족과 함께 영국으로 망명했고, 이후 영국에서 대학을 마치고(캔터베리 크라이스트 처치 유니버시티, 켄트대) 영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그는 2017년까지 켄트대 영문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포스트콜로니얼 문학과 아프리카 문학 연구에 헌신했습니다.
2. 문학적 주제와 노벨상 수상 이유
구르나의 작품은 “식민주의의 영향과 난민의 운명, 문화와 대륙 사이의 간극에서 나타나는 인간의 상실과 연민을 타협 없는 시선과 깊은 공감으로 파고들었다”는 평가로 2021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 그는 난민의 경험, 망명자의 정체성, 식민과 탈식민의 역사, 인종·종교·계급의 경계, 언어와 소속의 문제를 집요하게 탐구합니다.
- 구르나는 “자신의 자리를 잃는 것(losing your place in the world)”이 글쓰기의 원동력이라고 밝혔으며, 이는 망명과 이방인의 경험, 문화적 번역의 문제, 기억과 망각, 귀향의 불가능성 등으로 작품 전반에 드러납니다.
3. 주요 작품과 문학적 성취
(1) 대표 소설
- 『Memory of Departure』(1987)
동아프리카 해안의 폭력과 가난, 가족 해체를 겪는 10대 소년의 성장과 탈출을 그린 데뷔작. - 『Paradise』(1994)
12살 소년 유수프가 부채로 인해 상인에게 팔려가 동아프리카 내륙을 여행하며, 식민주의와 이슬람, 아랍·아프리카 문명의 경계를 경험하는 성장소설. 이 작품은 맨부커상과 휘트브레드상 최종 후보에 오르며 구르나의 국제적 명성을 알렸습니다. - 『By the Sea』(2001)
난민 심사 과정에서 가짜 신분으로 영국에 입국한 노인의 시점에서, 망명과 정체성, 기억과 진실의 문제를 다룹니다. - 『Desertion』(2005)
19세기 말 영국인 학자와 동아프리카 여성의 사랑, 그리고 그 후손들의 삶을 통해 식민주의와 금기, 가족의 비밀을 탐구합니다. - 『Afterlives』(2020)
독일 식민지 시절 동아프리카를 배경으로, 식민 폭력과 전쟁, 가족과 사랑, 상실의 역사를 그립니다. 이 작품은 “아프리카의 식민지 경험과 그 후유증을 개인의 삶과 운명에서 집요하게 추적한 소설”로 극찬받았습니다.
(2) 최근작과 새로운 시도
- 『Theft』(2025)
노벨상 수상 이후 발표한 첫 소설로, 1980년대 탄자니아를 배경으로 가족 해체, 계급 상승, 사랑과 상실, 글로벌 개발 원조의 역설을 다룹니다.
폭력과 식민의 직접적 묘사 대신, 미묘한 인간관계와 일상, 내면의 상처를 절제된 언어로 풀어내는 것이 특징입니다.
4. 문학적 스타일과 평가
구르나의 소설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지닙니다.
- 다성적 시점과 복합적 내러티브
한 인물의 시선에 머물지 않고, 다양한 계층·세대·종교·인종의 목소리를 교차시켜, 동아프리카 사회의 복합성과 모순을 드러냅니다. - 절제된 언어와 깊은 연민
극적인 폭력이나 감정의 과잉 대신, 절제되고 우아한 문체로 인물의 상처와 변화, 인간성의 회복을 섬세하게 포착합니다. - 식민주의와 탈식민주의의 비판
유럽 중심의 시각, 제국주의의 폭력, 이주와 난민의 현실, 인종주의와 문화적 오해를 집요하게 해부합니다.
영국 사회의 인종차별과 이방인에 대한 미시적 폭력, “문화적 번역”의 문제도 주요 테마입니다. - 종교와 정체성의 복합성
이슬람, 기독교, 아랍, 아프리카, 유럽 등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인물들이 등장하며, 종교와 정체성의 유동성을 탐구합니다.
5. 영향과 의의
압둘라자크 구르나는 동아프리카와 유럽, 식민과 탈식민, 난민과 망명, 정체성과 소속의 문제를 세계문학의 중심으로 끌어올렸습니다.
- 그의 작품은 “한 개인의 상실과 망명, 기억과 귀향의 불가능성”을 통해, 21세기 글로벌 사회의 현실과 윤리적 질문을 던집니다.
- 영국과 미국 평단은 “구르나는 식민주의와 난민의 문제를 단순한 피해자·가해자 구도가 아니라, 복잡한 인간관계와 역사적 맥락, 문화적 번역의 문제로 확장했다”고 평가합니다.
- 그는 영미권에서 가장 중요한 포스트콜로니얼 작가 중 한 명으로, 아프리카 문학의 지평을 넓혔으며, 세계문학의 윤리와 상상력에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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