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6년 노벨 문학상] 베르네르 폰 하이덴스탐(Verner von Heidenstam, 1859–1940): 우리 문학에서 새로운 시대를 대표하는 그의 중요성을 인정받아

 

베르네르 폰 하이덴스탐(Verner von Heidenstam, 1859–1940)은 20세기 초 스웨덴 문학을 대표하는 시인이자 소설가로, 1916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며 스웨덴 문학의 새로운 르네상스를 이끈 인물로 평가받는다. 그는 자연주의와 사실주의의 엄숙함을 거부하고, 상상력과 아름다움, 민족적 주제, 역사적 서사에 대한 열정으로 스웨덴 문학의 방향을 전환시켰다. 

 

 

“in recognition of his significance as the leading representative of a new era in our literature”

 

베르네르 폰 하이덴스탐

1. 성장과 예술적 형성

하이덴스탐은 1859년 7월 6일 스웨덴 올스하마르에서 귀족 가문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엔지니어였으며, 그는 어릴 적부터 건강이 좋지 않아 15세에 기후 요양을 위해 중동과 지중해 지역을 여행했다. 이 경험은 그의 예술적 상상력과 동양적 정서에 깊은 영향을 주었으며, 이후 스웨덴 예술 아카데미에서 회화를 공부하다 건강 문제로 학업을 중단하고 다시 유럽과 오리엔트로 여행을 떠났다.

2. 문학적 데뷔와 자연주의에 대한 반동

1888년 첫 시집 『순례와 방랑의 해(Vallfart och vandringsår)』를 발표하며 문단에 화려하게 데뷔했다. 이 시집은 동양과 남유럽에서의 체험을 바탕으로 한 이국적 상상력, 삶의 기쁨, 개인주의, 아름다움의 예찬을 담았으며, 당시 스웨덴 문학을 지배하던 자연주의와 사실주의의 어두운 현실주의에 대한 명확한 반동이었다. 하이덴스탐은 “문학은 상상력과 미, 민족적 자긍심을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젊은 작가들과 함께 스웨덴 문학의 새로운 황금기를 열었다.

3. 주요 작품과 문학적 전환

3-1. 초기 시와 미의 예찬

『순례와 방랑의 해』 이후, 하이덴스탐은 『Hans Alienus(1892)』라는 대서사시적 소설을 발표한다. 이 작품은 쾌락주의와 자기성찰, 현대 유럽의 물질주의 비판, 그리고 인간 내면의 고독과 구원을 탐구한다. 주인공 한스는 쾌락과 자기중심적 삶의 허무함을 깨닫고, 더 높은 인간성의 길을 모색한다. 이 작품은 작가 자신의 내적 여정과 미학적 선언이기도 하다.

3-2. 민족주의와 역사적 상상력

1890년대 중반 이후 하이덴스탐의 문학은 민족적, 역사적 주제로 이동한다. 『Dikter(1895)』는 내면적 성찰과 민족적 열망을 결합한 시집이며, 『Karolinerna(1897–98)』는 스웨덴 국왕 칼 12세와 그의 기사단을 다룬 역사소설로, 국가적 희생과 영웅주의, 고난 속에서의 인간적 위대함을 노래한다. 『Folkunga Trädet(1905–07)』는 중세 스웨덴 귀족 가문을 소재로 한 대서사로, 스웨덴의 국가적 기원과 귀족적 전통, 민족적 연속성을 예술적으로 재구성한다.

이러한 역사소설들은 스웨덴이 급속히 산업화·근대화되는 과정에서 전통적 가치와 민족적 정체성의 회복을 강조했다. 하이덴스탐은 “과거의 위대함을 기억하고, 민족적 자긍심을 되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3-3. 철학적 성찰과 후기 시

1915년 『Nya Dikter(새로운 시)』를 발표하며, 하이덴스탐은 인간의 고독, 영혼의 성장, 더 나은 인간성에 대한 철학적 탐구로 나아간다. 이 시집은 명확하고 고전적인 형식, 내면적 깊이, 인간 존재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담고 있다. 이는 그의 후기 문학의 정점으로 평가된다.

4. 문학적 논쟁과 사회적 영향

하이덴스탐은 1910년대 스웨덴 문학계에서 “프롤레타리아 문학의 타락”을 둘러싼 논쟁의 중심에 있었다. 그는 아우구스트 스트린드베리 등과 논쟁하며, 문학의 대중화와 현실주의적 경향에 반대했다. 대표적 팸플릿 『프롤레타리아 철학의 몰락과 붕괴(Proletärfilosofiens upplösning och fall)』에서 그는 예술의 귀족적, 고전적 이상을 옹호했다.

하이덴스탐은 1912년 스웨덴 아카데미 회원이 되었고, 1916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 노벨상 위원회는 그를 “우리 문학의 새로운 시대를 대표하는 가장 중요한 인물”로 평가했다. 그는 스웨덴 문학의 상상력, 미, 민족적 주제의 르네상스를 이끈 선구자로 인정받았다.

5. 평가와 유산

하이덴스탐은 스웨덴 문학에서 자연주의와 사실주의의 엄숙함을 넘어, 상상력, 아름다움, 민족적 정체성, 역사적 서사, 고전적 형식미를 결합한 독창적 세계를 구축했다. 그의 초기 시는 이국적 상상력과 삶의 기쁨, 개인주의를 예찬했고, 이후에는 민족적·역사적 주제로 전환하며 스웨덴의 국가적 정체성 형성에 기여했다.

대표작 『순례와 방랑의 해』, 『Hans Alienus』, 『Karolinerna』, 『Folkunga Trädet』, 『Nya Dikter』 등은 스웨덴 문학의 고전으로 남아 있다. 그는 스웨덴 문학의 새로운 황금기를 연 ‘시인 수장’이자, 민족적 상상력과 예술적 이상을 구현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20세기 중반 이후 그의 작품은 대중적 인기를 잃고, 문학적 영향력도 감소했다. 후기에는 집필을 중단하고 은둔에 가까운 삶을 살았으며, 1940년 5월 20일 스웨덴 외브랄리드(Övralid)에서 생을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