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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노벨문학상] 욘 포세(Jon Fosse): 현대 노르웨이 문학의 거장, “말할 수 없는 것에 목소리를 부여하다”

jsoo🩷 2025. 6. 4. 21:34

 

욘 포세(Jon Fosse, 1959~ )는 2023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며 세계 문학계의 중심에 선 노르웨이 작가, 극작가, 시인, 번역가입니다. 그는 “말할 수 없는 것에 목소리를 부여하는 혁신적 희곡과 산문”으로 스웨덴 한림원의 극찬을 받았으며, 21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유럽 작가 중 한 명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욘포세


1. 생애와 문학적 배경

욘 포세는 1959년 노르웨이 서부의 해안 도시 하우게순드(Haugesund) 근교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는 노르웨이의 두 공식 문자체계 중 하나인 뉘노르스크(Nynorsk)로 작품을 쓰는 작가로, 이는 전체 인구의 약 10%만 사용하는 소수 언어입니다. 뉘노르스크는 19세기 농촌 방언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문어체로, 대도시와 언론, 권력의 언어인 보크몰(Bokmål)과 대비됩니다. 포세의 노벨상 수상은 소수 언어와 지역적 정체성의 상징적 승리로도 해석됩니다.

포세는 베르겐 대학에서 비교문학을 전공했고, 1983년 소설 『빨강, 검정(Raudt, svart)』으로 데뷔했습니다. 이후 시, 소설, 아동문학, 에세이, 희곡 등 다양한 장르에서 40여 년간 70권이 넘는 작품을 발표했습니다. 1992년 희곡 『누군가 올 것이다(Nokon kjem til å komme)』를 발표하며 극작가로서도 명성을 얻기 시작했고, 이후 세계에서 가장 많이 공연되는 노르웨이 극작가(헨리크 입센 이후)로 자리매김했습니다.


2. 주요 작품과 문학적 특징

(1) 희곡과 산문, “말할 수 없는 것”의 미학

포세의 작품은 일상적 언어의 한계, 침묵과 반복, 존재와 상실, 신앙과 구원 등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을 탐구합니다. 그의 희곡은 대사와 침묵, 여백과 반복이 어우러진 독특한 리듬과 음악성을 지니며, “노르웨이의 베케트”라 불릴 만큼 사무엘 베케트의 영향이 짙게 배어 있습니다.
대표 희곡으로는 『밤은 그 노래를 부른다(Natta syng sine songar, Night Sings Its Songs)』, 『가을의 꿈(Draum om hausten, Dream of Autumn)』, 『여름날(Ein sommars dag, A Summer Day)』 등이 있습니다.

(2) 산문: 『세프톨로지(Septology)』와 현대적 서사

포세의 산문 세계는 “삶과 죽음, 신앙, 예술, 자아의 경계”를 탐구하는 내면적 서사로 특징지어집니다.

  • **『세프톨로지(Septology)』**는 7부작 장편소설로, 노년의 화가 아슬레(Asle)가 7일간 삶과 예술, 신앙, 상실, 자아의 이중성에 대해 사유하는 과정을 단 한 문장으로 서술하는 실험적 작품입니다. 이 소설은 포세의 자전적 경험과 예술가로서의 고뇌, 사랑하는 이의 상실(첫 아내에 대한 오마주) 등이 녹아 있습니다. 영어 번역본 『A New Name: Septology VI-VII』는 2022년 인터내셔널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올랐습니다.
  • **『멜랑콜리(Melancholy)』**는 19세기 노르웨이 화가 라스 헤르테비히의 삶을 그린 소설로, 예술가의 고독과 광기, 창조의 고통을 탐구합니다.
  • 이외에도 『아침과 저녁(Morgon og kveld, Morning and Evening)』, 『깨어남(Andvake, Wakefulness)』, 『올라브의 꿈(Olavs draumar, Olav’s Dreams)』 등은 출생과 죽음, 꿈과 현실, 인간의 조건을 시적 언어로 그려냅니다.

(3) 언어, 구조, 리듬의 혁신

포세의 문체는 단순하고 반복적이면서도, 침묵과 여백, 리듬감이 두드러집니다. 그는 “언어의 한계 너머에 있는 감정과 진실, 신비”를 포착하려 하며, 일상의 대화와 침묵, 반복을 통해 인간 존재의 심연을 드러냅니다. 그의 작품은 종종 문장 부호가 거의 없고, 단일 문장으로 이루어진 장편(특히 『세프톨로지』) 등 실험적 서술 구조로도 유명합니다.


3. 국제적 영향력과 평가

포세는 50여 개 언어로 번역되었고, 그의 희곡은 유럽, 미국, 이란 등 전 세계 주요 무대에서 공연되었습니다. 미국에서는 사라 카메론 선드(Sarah Cameron Sunde) 등이 번역·연출을 맡아 뉴욕, 피츠버그 등에서 초연되었으며, 영미권 평단에서도 “현대 연극의 새로운 언어”라는 찬사를 받았습니다.

그는 2015년 북유럽문학상, 2023년 노벨문학상 등 세계 유수의 문학상을 수상했으며, 프랑스 국가공로훈장(Ordre national du Mérite), 노르웨이 왕립 훈장 등 다양한 국가적 영예도 누렸습니다. 2011년부터는 노르웨이 왕실이 제공하는 예술가 거주지 ‘그로텐(Grotten)’에 거주하며, 노르웨이 문화계의 상징적 존재로 자리잡았습니다.


4. 사상적·문학적 의의

포세의 작품은 “존재의 본질, 인간의 고독과 신앙, 언어의 한계와 침묵”을 탐구하는 현대적 실존주의 문학의 정점으로 평가받습니다. 그는 일상적 삶의 순간에서 “존재의 신비와 불안, 상실과 구원”을 포착하며, 인간이 언어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감정과 진실에 어떻게 다가갈 수 있는지 실험합니다.

스웨덴 한림원은 “포세는 혁신적 희곡과 산문으로 말할 수 없는 것에 목소리를 부여했다”고 평했으며, 영미권 평론가들은 “포세의 서정성과 구조, 예술가적 인간주의, 침묵과 반복의 미학”을 높이 평가합니다.


결론

욘 포세는 뉘노르스크라는 소수 언어로, 희곡과 산문, 시와 에세이 등 다양한 장르에서 “존재와 언어, 침묵과 신비”를 탐구한 현대 유럽 문학의 거장입니다. 2023년 노벨문학상 수상은 포세의 문학이 가진 보편성과 혁신성, 그리고 소수 언어와 지역적 정체성의 가치를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사건이었습니다. 오늘날 욘 포세는 “말할 수 없는 인간 경험의 심연에 다가가는 작가”로, 세계 문학사에 뚜렷한 족적을 남기고 있습니다